안녕, 낯선사람들. 나는 지금 미국 서부를 느긋하게 여행중이다. 아마 샌프란시스코를 마지막으로 동부로 넘어갈 것 같다. 미국은 워낙 넓어서 스트릿 간 간격도 한국을 생각하고 걸으면 큰일이 난다. 비단 스트릿 간격의 문제가 아니다. 구글맵을 손가락으로 확대 축소하다보면 엘에이에서 샌프란시스코가 서울에서 부산 정도일 것 같다는 인지부조화가 오게 되는데 사실 이 거리도 버스를 타면 6시간은 기본이다. 그리고 단거리 같은 경우에는 일찍 예약하게 되면 버스값이나 비행기값이나 큰 차이가 없어서 비행기를 선택하게 된다.
이번 포틀랜드 1박2일 여행은 알래스카 에어라인으로 끊었다. 몇달 전에 예약해서 인당 왕복 20만원 정도에 끊었다. 스카이스캐너에서 며칠동안 고민을 했는데 이유가 이 항공권의 이름 때문이었다. 포틀랜드 가는 가장 저렴한 항공권이었는데 항공사 이름이 듣도보도 못한 알래스카에 로고가 허접한 어떤 아저씨(아마 에스키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의 얼굴이라니? 고민 끝에 '그래 나는 돈이 없으니까 가장 싼 걸로 끊는다.' 라는 마인드로 결제했다.
그렇게 탑승날짜가 다가왔고 별 기대없이 비행길에 올랐다. 근데 이게 무슨 일일까? 비행기를 잘못탔나 착각한 줄 알았다. 오픈런한 지 얼마 안된 항공사였던 걸까? 비행기 기체가 거의 새거다 싶을 정도로 깨끗하고 쾌적했다. 자리간 간격도 넓고 시트도 생각 외로 편안했다. 결정타는 이코노미 좌석 좌석마다 콘센트가 있다는 사실이다. 순간 수많은 이코노미 비행의 기억들이 스쳐갔다. 장식품이겠지 싶어 연결해보았더니 정말로 전기가 흐른다. 이 항공사는 찐이었다. 고작 2시간 여였지만 아시아나, 대한항공 이코노미보다 더 편안하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킨포크의 도시 포틀랜드에서의 여유로운 이틀을 마치고 다시 LA로 돌아가는 비행편에 몸을 실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신발까지 벗어야하는 까다로운 출입국심사를 통과하면서도 비행에 대한 기대로 차있었다. 이번 기체는 조금 작은 비행기였다. 여기 클럽이야? 싶은 독특한 보라색 조명. 정말 여기 컨셉 웃긴다 싶은 시점에 자리마다 달린 모니터를 발견했다. 네??? 자리마다 모니터가 달려있다고요???? 없는 게 없었다. 영화에 자리마다 채팅까지 가능한 이 만능 모니터. 아 없는 게 딱 하나있었다. 이어폰은 제공되지 않고 필요하면 돈을 주고 구매해야 했다. 이어폰을 평소에 가져다니지 않는 나는 결국 영화는 보지도 못했다는 후문.
나중에 알고보니 스카이팀 가입된 항공사라 대한항공 마일리지도 적립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거기 미국여행을 생각하시는 당신. 당장 알래스카 에어라인으로 결제 안하시고 뭐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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