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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사는 메타뇽

명품의 의미와 가치 | 샤넬 오픈런, 샤넬 가격인상

'명품'이란 것을 처음 인지한 건 학교 선생님들 때문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집에 굴러다니던 (정말로 굴러다녔다. 아마 그땐 내가 모델이랑 비슷한 수준으로 말랐었으니 사이즈가 더이상 맞지 않아진 친척들이 줬을 것이다.) 프라다 티셔츠를 학교에 입고간 날이었다. 흔한 로고박힌 검정색 반팔티였다.

 

"와~ 너는 반팔티도 프라다를 입고 다녀?" 
"그냥 집에 있는 거 입고 왔어요."
"너네 집엔 프라다 티가 그냥 굴러다니는구나?"

내 대답은 지극히 진실이었기에 더이상 뱉을 말이 없었다. 선생님의 농담을 뒤로 하고 교무실을 나와 교실로 향했다. 계단을 오르는 마음이 참 묘했다. 농담에 슬쩍 섞어 드러내보인 어른의 칼날을, 어렸지만 눈치챌 수 밖에 없었다. 그때 명품은 존재만으로 비교우위를 선점할 수 있게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누군가의 부러움이 되기도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이게 '명품'의 로고값에 대한 내 첫 인상이었다. 명품을 대하는 타인들의 태도와 감상은 중요하지 않다. 명품을 착용한다는 것은 '눈에 띈다'라는 사실이 내겐 중요했다. 그럼 대체 명품이 뭔데? 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꽉 채웠고 패션에 대한 내 관심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명품 패션쇼를 챙겨보고, 온스타일? 올리브티비? (명칭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를 주구장창 봤다. 백화점은 가봤던가? 잘 기억나진 않지만 너무나 시골에 살았던 나는 '아 이런 게 있구나~ 이런 세계가 있구나'의 느낌으로 공부했다. 생로랑 블랙이 왜 진리인지. 여성스러운 트위드와 퀄팅 디자인의 샤넬.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모습에서 샤넬의 매력을 느끼지만 사실 샤넬의 진짜 매력은 남성복의 형태를 여성복의 세계로 끌어와 활동성을 주었기 때문에 시작되었다는 것. 치마 길이를 무릎 위로 올리고, 의복의 컬러감이 중요하던 시대에 기피되던 블랙을 메인으로 사용하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모든 여성들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Little Black Dress (LBD) 다. 

언젠가는 저런 옷과 장신구를 살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될테니 그때를 꿈꾸며 브랜드의 역사를 공부했다. 이왕 비싼 거 살 거 나에게 잘 어울리고 의미있는 소비를 하고 싶었다. 패션학도가 되겠다는 수준의 진심은 아니었고 관심사 100개 중에 하나 정도였다. 그렇게 지식 수집을 하다  깨달은 것이 있었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명품(브랜드)을 공부하지 않는다' 라는 것이었다. 그럼 대체 뭘 보고 사는거야? 답은 단순했다. 비싸기 때문에 사거나 못샀다.


값이 나간다 = 아무나 못산다 = 희소성  '의미가 부여됨'

명품을 공부하고 소비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여유있으면 당연히 좋은 옷 사 입는 게 맞다. 코로나 이후 명품 업계들은 사실상 호황을 맞았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나라들은 돈을 더 찍어 시장에 공급했다. 풀린 돈은 여행도 갈 수 없으니 명품 시장으로도 대규모 유입되었다. 샤넬 오픈런이 세간의 화제였다. 백화점의 대다수 매장들이 아침 일찍 가 줄을 서야지만 들어갈 수 있었고 그나마도 원하는 제품은 구경도 하기 어려웠다. 그럼 명품 업계가 이 상황을 단순히 반겼을까? 절대 아니다. 

 

희소성에서 의미가 부여된다는 말은 다르게 표현하면 브랜드 이미지로 사업을 전개한다는 말과 동의어다. 소재가 어떻고 디자인이 어떻고는 그 다음의 문제다. 희소해야만 기존의 이미지를 유지시켜 소비자에게 판매될 수 있다. 그렇다면 브랜드에서 내릴 판단은 무엇일까? 너무나 당연히 가격인상이다. 

그렇게 클래식 미디엄은 1,200만원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이젠 에르메스와 가격이 비슷해진 셈이다. 나도 샤넬 클래식백이 사고 싶었던 적이 있다. (그땐 4-500만원 선이었는데...) 그때의 나는 샤넬 클래식백 사는 대신 퍼스트클래스를 탔다. 우리가 가진 돈은 유한하고 선택지 또한 유한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자신의 기준에 합리적이며 만족도 높은 선택을 해야한다. 명품을 구매한다고 브랜드의 역사를 공부하고 이럴 필요까진 없지만 이유만큼은 명백해야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명품을 필요로 하지만, 그리 많은 명품을 필요로 하진 않는 사람임을 깨달았다.

제일 비싸서가 아니라 정말로 가방 한정 에르메스 말곤 그리 예쁜 지를 잘 모르겠다. 고딩 때부터 에르메스 처돌이었다. 뉴트럴~뮤트한 컬러감을 좋아하고 나에게도 가장 잘 어울리며 미니멀한 것도 마음에 든다.(라이프 스타일과도 가장 잘 맞음) 에르메스 이외에는 큰 욕심이 없어 다른 브랜드는 로고값을 지불한단 개념으로 저렴한 미니백 위주로 사모을 것 같다. 죽기 전에 버킨이나 캘리백은 진짜 갖고 싶은데 가능은 할까?

그 이전에 왕관은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은 될 수 있을까? 아 에르메스 갖고 싶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