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은 대부분의 국가를 여행할 때 비자를 받지 않는다. 여행을 결심하면 목적지를 정하고 항공권을 끊고 숙소를 예약한다. 모든 준비를 마쳤다. 우리는 이제 항공편 날짜를 기다리다가 비행기를 타기만 하면 된다. 대한민국 여권은 강력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전비자 발급'이라는 절차 자체가 익숙하지 않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두렵고 겁나는 게 당연하다. 나또한 중국 비자 한번 받아본 것 말고는 사전비자 받은 경험이 없어 현장에서 비자 서류 튕길까봐 남미여행 시작 전부터 포털사이트에 '볼리비아 비자 서류'를 검색하며 정보 수집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렇게 시간을 겹겹이 쌓고도 튕길까봐 불안했다. 매일 비자 튕긴 사람들의 블로그와 카카오톡오픈채팅방 후기를 읽었다.
그렇게 그 시기 즈음에 올라온 대부분의 사전 비자 거절 후기를 읽고 모든 가능성을 제외하고나니 나는 사전비자 발급계의 달인이 되어 있었다. 남미에서는 '볼리비아' 비자를 쿠스코에서 받는 게, 아프리카에서는 '나미비아' 비자를 남아공에서 받는 게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나는 이 두곳을 한번도 튕기지 않고 프리패스했다. 나의 경우 수많은 후기를 읽는 시간을 투자하고나서야 사전비자에 대한 공포를 떨칠 수 있었지만 여러분만큼은 굳이 그런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사전 비자 발급에 성공했으면 하는 마음에 사전 비자 발급 시에 중요한 포인트 몇가지를 알려드리고자 한다. 단언컨대 몇가지만 주의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비자 발급에 성공할 수 있다.
1. 2종류의 여권용 사진을 준비한다.
일반 증명사진이 아닌 이유는 가끔씩 귀가 보이는 여권용 사진만을 허용하는 국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권용 사진 2종류를 가지고 계시다면 당신은 여행중 비자 문제에 있어서는 무적이 된다. 비자 발급에 실패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거절 사유는 '여권 사진과 가져온 사진이 동일해서' 이다. 단순히 여권 사진과 같은 사진은 비자로 발급이 안되나? 라고 생각할 수 있을텐데 그건 아니다. 여권용 사진과 사전 비자 신청용 사진이 달라야 하는 이유는 비자 발급 서류 조건에 '6개월 이내에 촬영된 사진' 이라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 또 그런 질문이 든다. '어? 이거 6개월 안에 찍은 사진 아닌데..?' 상관없다. 이 사진이 1년 전 사진인지 3개월 전 사진인지 심사관이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들은 여권발급 날짜로부터 추정만 가능하기 때문에 여권에 사용한 사진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여권발급날짜가 6개월을 넘기지 않았다면 여권에 사용한 사진을 비자 서류에 사용해도 무리가 없다. 여권용 사진 2종류를 인화본, JPEG 파일로 챙겨놓는다면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당신은 천하무적이 될 수 있다.
2. 한국에서의 발급이 아니라면 모든 서류는 영문이어야 한다.
당연하지만 많은 분들이 간과하는 부분이다. 비정상회담이 왜 인기를 끌었는가.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모습이 한국인 눈에 신기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게 신기하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증거이다. 신기함은 일반적이지 않음에 기인한다. 그러니까 심사관이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서류는 영문으로 준비하자. 읽어야지 이해가 가능한데 읽을 수조차 없는 서류를 반려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한번씩 한국어로 된 숙박증명서와 잔고증명서 같은 서류를 한국어로 제시하시는 분이 계신데 운이 좋다면 통과가 되겠지만 비자 발급 시에는 항상 기억해야 한다. 내가 가장 운이 나쁜 사람일 수도 있다. "한국어로 제시했는데도 통과가 되었어요~" 라는 사람이 있었다면 운좋게도 까다롭지 않은 심사관이 심사한 것 뿐이다. 비자 발급 서류는 '기본이 영문 제출이다.' 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그렇다면 숙박증명서와 잔고증명서는 어떻게 영문으로 준비하나? 내 경우 Booking.com 이나 우리은행 어플을 사용하는데 언어 설정을 한국어에서 영어로 변경한 뒤에 캡쳐하면 된다.
3. 여권 사본과 신용카드 사본은 항상 예비해둔다.
사전 비자 발급 시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권 사본과 경제능력 증빙을 위한 서류는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그러니 여권과 신용카드 사본(앞뒷면 모두)만큼은 한국에서 스캔을 떠서 이메일이나 핸드폰 갤러리에 저장해놓는 것이 좋다. 이때 신용카드는 국제적 사용이 가능한 마스터나 비자사의 마크가 있는 것이 좋다. 신용카드 사본으로 경제능력 증빙이 안되어 다른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곳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 또한 여권처럼 스캔해 어딘가에 보관하는 게 좋은데 이는 소매치기와 같은 상황을 대비해서이다. 만약에 당신이 여권과 지갑 핸드폰을 모두 도난 당한 경우라면 당신을 증빙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 이럴 때에 미리 이메일로 여권 사본과 신용카드 사본을 보내놓았다면 타인에게 당신을 증빙함과 동시에 인터넷으로는 실물 카드없이 카드 번호만으로 결제가 가능해 걱정을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사본으로 경제능력 증빙이 되지 않는 곳에서는 (1)3개월간 계좌 이용 내역 이나 (2)대사관 방문 기준 1달 이내 발급된 본인명의의 영문 통장 잔고 증명서를 많이들 요구한다. 두 경우 모두 날짜에 대한 조건이 있기 때문에 발급 시점 즈음에 대사관 홈페이지를 통해 필요한 경제능력 증빙 서류를 확인 후에 준비하면 된다.
넘버링된 것들은 비자 발급 시에 중요한 포인트 몇가지를 설명한 것이지 비자 발급에 필요한 기본서류들을 모두 숫자 매겨 나열한 것이 아니다. 서류를 모두 준비하신 이후에 이 포인트들을 중심으로 본인의 서류를 확인하시기를 바란다.
플러스. 황열병 예방접종 증명서 준비하기
만약에 당신이 세계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황열병 주사를 미리 한국에서 맞아놓자. 미리 맞기를 권유하는 이유는 한번만 맞으면 평생 유효한 주사이기 때문이다. 이게 몇회 맞을 필요도 없고 한번만 맞으면 되는 주사인데 귀찮아서 건너뛰었다가는 더 귀찮은 일들이 생긴다. 열대지역이나 아직 기초 보건 기반이 미약한 나라들의 경우에는 질병의 위험으로 비자 심사시에 황열병 예방접종 증명서(Yellow Card)를 요구한다. 미리 황열병 예방접종을 맞아 증명서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별 무리가 없지만 가지고 있지 않다면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비자 신청 전에 예방접종해주는 곳까지 찾아야해서 골이 보통 아픈 게 아니다. 그리고 황열병 예방 접종을 받은 당일에는 비자 발급이 안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가능하다면 한국에서 미리 맞아놓자.
비자란 무엇인가? 에 대해 생각해보면 비자 안튕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비자란 외국인의 해당 국가 출입 허용증이다. 그럼 당신이라면 어떤 사람에게 국가 출입을 허용해줄 것인가? 아니면 반대로 어떤 사람에게 출입을 허용해주지 않을 것인가? 내가 외교관이라면 (1)신분이 증명되지 않는 사람 (2)행보가 추정되지 않는 사람 (3)불법체류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는 비자를 내어주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까 (1)신분이 정확하고 - 여권사본, 재정적능력 증빙 (2)해당 나라에서의 루트가 정확하고 - 여행계획서,숙박예약증 (3)해당 나라에 들어가고 나가는 날짜가 정확하다면 - 왕복항공권 또는 왕복교통편 예약서류 해당 나라 비자를 내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잘(꼼꼼하게) 준비하면 된다. 겁먹지않고 차분히 준비한다면 비자 서류를 준비하는 시간 이외의 시간을 버리지 않고 한번에 프리패스로 발급하게 될 것이다.